육아휴직 한 달 째~!!
아직은 잘 살아남고 있습니다ㅋㅋ 이수와 함께하며 느꼈던 생각을 나눠요~
1.
육아 라이프의 필수 코스, 문센
우리의 이수는 육아하는 부모들 공통의 관심사인 문센, 문화센터에 매주 다닌다. 문센은 보통 대형마트마다 운영하는데, 장보기와 식사와 놀이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대형마트이니 깔끔하게 카트 타고 이것저것 사기 쉽지, 음식점 매장이 몰려 있으니 맛있는 메뉴로 골라 먹기 좋지, 수십가지 놀이 강좌를 입맛대로선택할 수 있지.
일타삼피 놓칠 수가 없는 문센. 지금껏 우리의 이수와 함께 경험해 본 문센 강좌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2.
강좌1. <베베쿡 요리교실>
교실에 들어서면 신나는 음악과 함께 비눗방울이 반긴다. 선생님이 뿌려주는 동글동글 비눗방울에 넋이 나가 멍~하니 쳐다보는 이수는, 곧 용기를 내어 비눗방울을 쫒아 다닌다. 손가락으로 톡톡, 여기저기 붙은 방울 터트리는 재미로 수업을 시작한다. 이 수업의 주인공은 각종 계절별 음식 재료! 다양한 재료들을 쪼물딱거리면서 손의 감각도 키우고 재미지게 논다.
3.
이 강좌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면, 점심을 해결해준다는 것!!!
그날 주제의 재료를 가지고 후덕한 아줌마 선생님이 음식을 만들어 준다. 모두 유기농 재료인데다가 맛도 좋다~ 강좌가 12시 쯤 끝나니 딱 점심시간. 날마다 다른 음식으로 밥먹는 이수도 좋고, 점심을 따로 준비하며 기승전물놀이를 겪지 않아도 되니 엄마아빠도 좋고!!^0^
4.
한동안 이 수업을 듣다보니 약간 질리기도 하고,
‘이수가 다양한 수업을 경험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여보~?’
요 한마디에 이번 봄시즌에는 딴 걸로 수강하기로 한다. 검색검색!
그래서 찾은 것이,
5.
강좌2. <트니트니 키즈챔프>
체육활동 수업이다. 몸좋고 젊은 남자 선생님이 신나게 놀아준다~ 수업의 첫 시간은 여기도 비눗방울 뽁뽁. 방울들을 터뜨리고 있다보면, 신나는 음악과 함께 선생님이 방방 뛰며 율동을 시전! 아이들은 신나서 꺅~ 정신없이 흔들흔들. 우리의 이수는 약간 위축된다;;; 처음이라 그럴까, 얌전해서 그럴까? 구멍에 스티로폼 끼우기 놀이를 하는데도 혼자서는 집중해서 잘 하다가, 선생님이 옆에 와서 뭐라뭐라 하면 갑자기 하던걸 멈추고 아빠에게로 슬금슬금.. 이수 키만한 막대매트 넘어뜨리기에선 넘어지는 쿵쿵 소리가 불편했던지, 매트를 밀지는 않고 그저 그 위에서 톡톡 발로 건들고만 있다.
6.
음.. 이건 이수에게 맞지 않구만.
정적인 편인 이수에게 너무 활동적이고 방방 뛰는 트니트니는 기질에 안 맞나보다. 쭈뼛거리며 아빠 근처를 벗어나려 하질 않는다. 이제 17개월인 이 아이에게도 벌써 자기의 성향이 드러나다니. 신기하다. 신기한건 신기한거고, 이걸 계속 해야할까? 이수가 좀 더 편안히 참여할 수 있는 것 뭐 없을까?
7.
강좌 3.<음악이랑 놀자 뮤직아이>
그래서 고른 것이 음악 수업! 오프닝은 공통인가? 여기서도 비눗방울 뿅뿅~ 선생님이 빗소리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해준다. 잽싸게 피아노 옆으로 가서 기웃거리는 이수. 피아노치는 선생님 옆에 서서 쪼매난 손가락으로 건반을 조근조근 눌러본다. 쏴~ 빗소리나는 악기를 굴려보고, 쌓아보고, 허물어 보고~ 조각난 국수 가락을 스댕그릇에 쏟으며 소리를 들어보는 순서에선, 아예 혼자 무대 가운데를 턱 차지한다. 신났다.
8.
마지막엔 선물도 받았으니, 와~~ 음악CD다~! 요즘 한창 플레이어에 CD를 넣었다 뺐다 하는 놀이에 심취한 이수에게 딱 맞는 선물. 받은 CD를 품에 꼭 안고 교실을 나선다.
뮤직아이 음악수업. 가운데서 신나셨다.
9.
잘 했으면 하는 것과 잘 하는 것
체육활동인 트니트니를 신청하면서, 내심 이수가 좀 더 활동적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낯을 너무 가리는 것도 같으니 체육활동을 하면 조금은 적극적이게 되지 않을라나? 그것은 엄마아빠가 이수에게 ‘잘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일테다.
10.
그치만 이수에게는 음악수업인 뮤직아이가 훨씬 편안하고 자유로운 수업이었던게다. 엄청 활동적이진 않지만, 약간씩 움직이며 소리를 듣고 만져보는 수업. 그것이 이수가 잘하는 것이었다.
“독일은 장점을 보는데, 한국은 단점을 봐요. 제가 생각하는 차이는 독일 축구는 잘하는 점을 더 잘하도록 가르치는데, 한국 축구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도록 해요.”
_차두리. 축구선수
언젠가 인터뷰에서 보았던 이야기다.
당위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그 말.
11.
그때는 직업인 교사의 입장에서 들었기에, 독일이 한국보다 낫구만~ 싶었다. 암암, 자유롭게 스스로의 장점에 더 방점을 두며 사는 것이 행복일테지. 당위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결말.
12.
지금의 나는 부모의 입장이다.
그런데 이수와 함께 겪는 문센 경험사에선, 나는 부모의 입장이다. 그리고 부모로서 자꾸만 이수가 낯선 것을 더 경험케 하고 싶다. 어색한 것을 익숙하게 해주고 싶다. 잘하는 것은 그냥 두어도 잘 할테니, 잘 했으면 하는 것을 배우게 하고 싶다. 직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고려했던 ‘교육학적 관점’은 어디갔는지 모르겠고, ‘한국을 살아가는 부모의 관점’이 내 앞에 턱을 괴고 앉아 있다.
잘 했으면 하는 것과 잘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