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육아휴직 중이예요~
18개월된 딸 이수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너무 좋아, 저도 ‘기록’을 해보고 있습니다^^
1.
갈까말까 오전 내내 고민한다.
서오릉. 언제가 처음 가 보고는 휴직해서 이수랑 같이 오리라 예전부터 생각했던 곳. 그 날을 진작에 오늘로 못 박아 두었다. 휴직하여 이수와 둘이 가는 첫 나들이는 꼭 여기로 오고 싶었거든.
그런데 솔직히 망설여지긴 한다.
가고 오는 두 시간여 동안, 최악의 경우 차 안에서 내내 울 수도 있다;;; 밀폐된 차 안에서 이수의 목소리는 그 위력이 배가 된다… 아내도 없이 나 혼자 그 하울링을 견딜 수 있을까. 아직 3월 초인데 혹 춥진 않을까. 이수의 흐르는 쌍콧물이 기침으로 이어지면 어쩌지. 별의별 걱정들이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
2.
에라이, 어찌되든 가보자!
아버지가 같이 가신다길래 일단 질렀다.
3.
막상 도착해보니, 오길 잘했다~
유모차에 잘 앉은 이수는 심어놓은 나무며 식물들이 신기하다. 연신 “오~ 오~~~!!!” 리액션을 발사. 처음보는 자연과 사람들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기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바쁘다. 도랑 한 쪽에 웅크리고 모인 개구리알에 양손가락질을 해대며, “오우~ 오우~~!!!” 이수의 눈이 동그래진다.
진다밭을 토닥토닥.
아직은 누런 흰머리 가득한 왕릉 앞 잔디밭이지만, 조막만한 손으로 여기저기 만지며 왔다리갔다리. 폭신한 잔디밭이 기분 좋은가.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허리춤 높이로 오는 안내선을 이러저리 흔들어본다. 이수와 같이 잔디밭에 앉았다. 넓지막한 평지에 바닥은 따스하고, 파란 하늘에 공기도 맑다. 고즈넉한 봄날 오후의 왕릉에는, 한적한 여유로움이 스며나온다.
언제 이렇게 인사를 배웠을까?
마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흔들. 평일 오후의 왕릉이라 연세 있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다. 보는 사람마다 손을 흔드는 이수가 귀여워, 그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담긴다. 이수의 천진난만함 앞에 이분들 모두가 반가워한다. 좋다. 여러 사람들과 연결되는 이수가 좋다. 이수의 기분도 좋았던지, 마지막으로 만난 할머니에게는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 서비스.ㅋ
짹짹이다!
안방 창문을 붙들고 한참을 찾던 짹짹이(=각종 새의 통칭;;)가 여기에 떼로 날아다닌다. 오늘의 짹짹이는 까치들. 아직은 뼈만 있는 나무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우는 까치들이 열댓마리. 새들을 보며 “짹짹~! 짹짹~ 오, 오~~~!” 유모차 타고 조류 사파리 제대로 했다.
4.
어느샌가 조용해진 이수.
아무도 모르게 스르륵 잠들었다. 신기방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따스한 봄 햇살 한가득 쬐니 졸렸나보다. 편하게 자리고 과자통을 치웠더니 으앙. 다시 손에 과자 한 줌을 쥐고서야 새근새근 잠을 잔다. 그렇게 숙면. 집으로 돌아오는 한 시간 넘는 시간동안 차 안이 조용~하다. 한 달에 몇번 없는 로또맞은 날.ㅋ
이런 나들이면 더할 나위 없지.
걱정 안고 출발한 봄나들이를 성공적으로 치르었다.
5.
봄이 지척이다.
시간은 성큼성큼 걷는다.
오늘이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