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의 젊은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서울 강남의 서이초등학교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 모두들 아시지요?

너무나도 충격적입니다.

너무나도 비통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너나할것없이 같은 마음일 거에요.

우리 교사선교회 회원들이 부르심에 순종하는 곳. 제자삼는 마음으로 양육하고 가르치는 학교. 그곳은 교사가 부당한 대우에도 참고 고발당하는 곳도 모자라, 이제는 교사가 폭행당하고 죽는 곳이 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도 메세지입니다

한 밤 중 서이초 교문 앞엘 다녀왔습니다

학교의 담벼락을 둘러 수백 개의 근조화환이 줄을 지었습니다. 교문 앞에는 헤아릴 수 없을 안타까운 마음들이 포스트잇에 담겨 있었습니다.

‘죽을만큼 출근하기 싫어..‘

세상을 등질 수 밖에 없었던 그 분은 매일 아침 이 길을 걸어 출근하며 수없이 되뇌였겠지요..

’동료교사‘

’동료교사‘

’동료교사‘

’선배교사로서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동료교사라고 이름 붙여진 끝없는 근조화환들.

고통스러웠을 그 분의 출퇴근 길을 이제 늦게나마 이렇게 많은 동료교사들이 채워주고 있네요.

운명을 달리한 서이초의 그 선생님과 비슷한 연배의 젊은 교사들이 우리 교사선교회에는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선교회에서 이 일에 관하여 무엇을 읽을까요? 우리 공동체가, 공동체의 리더십들이 이 사건에 관하여 무슨 입장인지 눈과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요? 다수의 국민들이 공분하고, 대부분의 교사들이 내 일처럼 문제의식을 가지는 이 일에 관하여 교사선교회가 가르쳐 지키게 하고자 하는 복음은 어떤 메세지를 줄 수 있는지 촉각을 세우지 않을까요?

서이초의 그 선생님 못지않은, 혹은 그 보다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이 있겠지요.

뉴스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교사에 대한 부당한 민원을 밝히는 미투 발언이 폭로되고 있습니다. 학부모의 악성민원을 모으는 패들렛에는 며칠만에 2,000여 건의 사안이 모였습니다. 그 패들렛의 수많은 제보 중 혹시 우리 공동체 지체의 경험이 있지는 않을까요?

그렇다면‘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하시는 우리 하나님의 몸된 공동체는, 선교회 안팍의 고통받는 교사들에게 어떤 위로와 지지를 보낼 수 있을까요? 그 분들에게는 우리 교사선교회가 아픔과 고통을 위로하는 ’동료교사‘로 여겨질까요?

아무 것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드러내는 메세지가 있습니다

우리 선교회의 선생님들에게, 특히나 젊은 선생님들에게 공동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어떤 메세지를 주고 있을까요? 교사선교회가 이 사건에 관하여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 주는 메세지가 있습니다. 무언가에 관하여 말하지 않는 행위 자체도 메세지가 있지요. 어떤 경우에는 침묵이 더 큰 메세지를 발휘하기도 하니까요.

내가 학교에서 이런 일을 당한다면?

내가 부당한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한다면, 이 공동체는 나를 위해 어떤 메세지를 내줄까?

내가 악성 민원에 피해자가 된다면, 이 공동체는 나를 위해 어떤 도움이나 지지의 행위를 해줄까?

공동체의 회원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 지체의 리더가 자초지종을 들어주겠지요. 기도해주겠지요. 지역 별무리의 리더들과 기도제목을 나누고 중보해주겠지요. 격려의 메세지와 힘이 되는 성경구절을 공유해주겠지요. 아주 소중한 힘이 될 거에요.

그리고요? 그게 끝인가요?

그렇다면 우리는 교회와 무엇이 다른가요? ‘교육’선교단체인 우리의 정체성은 이 일과 무관할까요? ‘교사’선교단체인 우리의 교육 전문성은 이 일과 별개일까요? 600여 명이 넘는 교사들이 모이는 우리의 규모가 가진 맨파워는 교사의 존엄을 뒤흔드는 이 사건에, 정녕 아무런 할 말이 없습니까?

우리는, 정녕,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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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첫 학교를 서울의 강남에서 보낸 교사로서,

같은 교대를 졸업한 동문으로써,

비슷한 연배의 후배교사들과 7년 째 모임을 이어온 선배교사로써

미안함과 부끄러움, 분노가 이 글 여거저기에 묻어 있을 듯 합니다.

거친 표현이나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이 읽힌다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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